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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끝이 ‘끝이 아닌’ 트럼프와의 협상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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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 2026. 02. 03. 17:57

김영한 성균관대 교수
김영한 성균관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지난해 10월, 경주 APEC 정상회담을 전후하여, 천신만고 끝에 트럼프와의 관세협상이 마무리된 줄 알았다. 매년 200억 달러씩 10년간에 걸쳐 미국이 원하는 투자를 하겠다는 약속으로 받아낸 15%로의 관세 인하 조치를, 새해 들어, 트럼프는 느닷없이 다시 25%로 올리겠다고 발표했다. 그리고 바로 그다음 날, 한국과의 협상 여지는 열려있다고, 협상을 통해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는 메시지를 트럼프의 개인 SNS를 통해서 밝히면서, 한국 주가는 널뛰기를 계속하고 있는 형국이다. 이런 널뛰기 경험이 반복되면서, 과연 트럼프와의 협상 타결이라는 것이 정말 의미가 있는 타결인가에 대한 의문이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확산되고 있다.

트럼프가 작년의 관세협상 합의 결과를 깨끗이 무시하고, 다시 25%의 상호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선언한 배경은 한국이 매년 200억 달러씩 미국이 원하는 분야에 현금투자를 하겠다던 약속의 이행이 늦어졌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한편 한국 정부는 작년 협상 타결 이후, 협상 결과 이행을 위해 대미투자 특별법을 만들어, 국회에 제출하여, 현재 그 법안이 심의 중이다. 트럼프가 관세를 25%로 인상하겠다고 밝힌 후, 한국 통상당국은 다시금 트럼프 행정부에 한국의 입법 상황을 잘 설명하여, 관세 인상이 이루어지지 않도록 설득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편 한미간 합의내용 문건에 의하면, 약속한 대미투자실행을 위한 법안이 한국 국회에 제출되면, 관세인하를 소급 적용하며, 이 법안의 통과 시점이 지연될 경우, 다시금 관세를 인상한다는 내용이 전혀 없음에도 불구하고, 트럼프는 일방적인 관세인상 조치를 발표했다. 그 구체적인 배경으로는 최근 트럼프의 무리한 이민자 단속 과정에서 총격사망 사건 등으로 트럼프가 정치적 위기에 직면하자, 이러한 정치적 위기의 돌파구로 한국에 대한 투자압박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는 것이 미국 내 중론이다.

그러나 한국 통상당국은 트럼프 행정부에 한국정부의 입법 노력을 설명만 잘하면, 트럼프를 설득할 수 있다고 자신하는 순박한 접근을 하고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현재까지 트럼프는 자신의 정치적 필요에 따라, 기존의 국가간 협정은 물론 스스로가 체결한 협정까지도 손쉽게 뒤집어왔다. 그런 트럼프에게는 자신의 정치적 이익을 위한 선택만 있을 뿐이지, 국가간 협정이나 트럼프 개인의 약속 등 그 어떤 것도 구속력을 가질 수 없음을 반복적으로 확인시켜주었다.

그린란드 침공 위협까지 서슴지 않던 트럼프가, 국내외의 정치적 역풍에 움찔했던 최근의 사례가 보여주듯이, 트럼프에게는 국제정치적 신의나 도리는 존재하지 않고, 단지 단기적으로 자신의 정치적 지지율에 도움이 되는지 여부가 모든 판단과 선택의 기준임을 분명히 보여주었다.

이처럼 트럼프는 2차대전 이후부터 최근까지의 국제질서를 유지해 온 기존의 국제규범을 파괴하고, 힘의 논리에 의한 약육강식의 세계로 퇴화시킨 후, 한국은 물론, EU, 캐나다 등 전통적 우방국들의 주권까지 무시하는 태도와 전략을 취하고 있다. 이러한 트럼프의 막무가내식 전략은 지금 당장 관세를 25%로 인상하겠다는 협박뿐만 아니라, 향후 한미방위비 협상 등 모든 협상 사안에서 미국의 일방적 요구에 순응하기만을 요구하고 있다. 또한 설령 협상이 타결되더라도 트럼프가 언제 또 뒤집을 줄 모르는 무한 불확실성에 무방비로 노출되어 있다는 불안감을 더해주고 있다. 또 이러한 구조적 불확실성이 한국의 환율과 주가의 불확실성의 근본적 원인으로까지 지목되고 있다.

우리가 이미 경험하였듯이, 신라 왕관이나 황금 골프채로 산 트럼프의 환심의 유효기간은 2개월도 채 안 된다. 더욱이 힘의 논리 이외에는 아무런 논리도 작동하지 않는 트럼프에게 '설득'이라는 단어는 무의미하다. 최근 그린란드 사태에서 확인했듯이, 트럼프의 압박이 결국 '트럼프에게 손해가 된다'는 확신을 심어주는 것이 필요하고, 이러한 확신은 설득으로서가 아니라, '손해가 되는 구조'를 만들어 트럼프에게 보여줄 때만 가능하다.

최근까지의 국제정세 추이를 보면, 바로 지금이 트럼프의 '막무가내식 강압적 거래전략이 결국 트럼프에게 손해가 되는 구조임'을 보여줄 수 있는 적기이다. 즉 트럼프는 기존의 국제질서를 붕괴시킨 후, 자신이 일으키는 무역전쟁과 국제적 도발에 맞설 수 있는 나라가 없다는 확신 하에 막무가내식 일방주의적 접근을 밀어붙여 왔다. 그 결과, 미국을 제외한 모든 중견국가들이 다자주의 질서와 국제규범의 회복을 절실히 원하고 있고, 그 구체적인 움직임으로 캐나다와 브라질, EU 등의 중견국가들이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아직은 구호 수준에 머무르고 있는, 이런 다자주의 질서 및 국제규범의 회복을 위한 구체적인 계기를 만드는 것은 선진국과 개도국의 고른 지지를 받을 수 있는 중간국가의 몫이다. 즉 기후변화와 AI관련 국제규범, 그리고 국제투자규범 등에 대한 다자간 합의 도출 및 국제질서 복구과정에서 중간국가로서의 한국의 역할에 대한 기대는 그 어느 때보다도 높다. 한국이 더 이상 규범 추종국가가 아니라, 규범 주도국가로 탈바꿈할 절호의 기회를 놓쳐서는 안 된다.

김영한 성균관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본란의 칼럼은 본지 견해와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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