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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만명 ‘물’ 하루 만에 사용하는 AI데이터센터… 자원 소비가 초래할 ‘양극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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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시대 '新 양극화' 논란
전국 건설 붐에도 운영 자원 대책 공백
하루 700만ℓ물·26만 가구 전력 소비
지방에 전기요금 상승·환경 피해 전가
혜택은 수도권·빅테크에만 집중 우려
바야흐로 인공지능(AI)의 시대다. 정부는 'AI 3대 강국'을 표방하며 집중 지원에 나섰고 기업들은 앞다퉈 관련 산업에 뛰어들고 있다. 그 중심에 있는 AI 데이터센터 역시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그러나 빠른 속도를 뒷받침할 조타수는 보이지 않는다. 시설 운영에 투입될 막대한 전기와 물에 대한 심도 높은 논의는 어느 곳에서도 찾을 수 없다. AI 기술 발전에서 소외될 시민들의 '자원권'은 AI 시대가 촉발할 '신양극화'를 우려케 하고 있다. <편집자주>



울산, 전남 해남, 경북 포항·구미, 강원 춘천. 이들 지역은 모두 AI 데이터센터 건설을 진행하고 있거나 앞둔 상황이다. 전국 각지에서 AI 데이터센터 '대유행'이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AI 데이터센터는 AI 모델의 학습을 위해 데이터를 처리하고 관리하는 시설로, AI의 '곡간(穀間, 곡식을 보관하는 곳간)'이라 불린다. 국내에는 현재 58개의 AI 데이터센터가 운영 중이다. 한국데이터센터협회에 따르면 2028년까지 76개의 AI 데이터센터가 계획 중이거나 개발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2년 후면 130여개의 AI 데이터센터가 운영될 것이라는 얘기다.

정부 역시 AI 데이터센터 대유행에 힘을 싣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취임 직후부터 'AI 3대 강국 도약'을 강조하며 AI 투자를 최우선 정책 과제로 꼽았다. 정부 기관들도 이에 발맞춰 줄줄이 AI를 핵심 동력으로 삼겠다는 계획을 밝히고 있다. AI 데이터센터를 두고 국가 AI의 '코어 인프라', 반도체 업계의 '테스트베드', 전력·냉각 설비 분야의 성장 발판이라는 평가가 나오는 것도 이 같은 배경이다.

문제는 'AI 개발이 곧 번영'이라는 황금빛 전망만 넘쳐나고 있다는 점이다. AI 데이터센터 운영으로 소비될 기본 자원에 대한 대책은 마련되지 않고 있다. 영국 옥스퍼드대가 2021년 발표한 '데이터센터 물 소비(Data centre water consumption)' 논문에 따르면 데이터센터는 1메가와트(MW)당 연간 2550만ℓ의 물을 사용한다. 이를 하루 단위로 환산하면 1MW당 7만ℓ다. 통상 데이터센터는 규모에 따라 하루 105만ℓ에서 최대 700만ℓ까지 용수를 소비한다. 700만ℓ는 전북 전주 등 인구 50만명 도시가 하루 동안 사용하는 규모다. 국내 한 전문가는 "데이터센터가 사용하는 물의 80% 이상이 냉각 과정에서 증발된다"고 분석했다. 일반 가정이나 사무실과 달리 다시 하천으로 돌아가지 않는다는 의미다.

전기 문제는 더욱 심각하다. 데이터센터는 연중무휴 24시간 가동된다. 대형 데이터센터의 연간 전기 소비량은 1050기가와트시(GWh)로, 같은 기간 26만가구가 쓰는 전기량과 동일하다. 2028년까지 국내에 76개의 데이터센터가 들어선다고 가정할 때 한 곳당 평균 14.7MW의 용량을 적용하면 1117MW 수준이며, 이를 하루 전기 사용량으로 환산하면 32GWh다. 300만여가구의 하루 전력 사용량과 맞먹는다. 이 같은 우려에 정부는 지난달 26일 신규 원자력 발전소 건설 계획을 발표하기도 했다.

더 큰 문제는 AI 데이터센터 확대의 혜택이 AI를 활용할 줄 아는 빅테크, 정부 등 소수에만 집중될 수 있다는 것이다. 국내 AI 업계 한 전문가는 "AI를 잘 활용하는 고소득자의 소득은 더 증가하고 많은 일자리가 소득 감소는 물론 실직이라는 불평등이 커질 위험이 있다"고 분석했다.

반면 막대한 기본 자원의 투입에 따른 피해는 지역 주민들에게 전가되고 있다. 이른바 'AI 양극화'가 발생하는 것이다. 미 캘리포니아대학이 2024년 발표한 'AI 확산에 따른 공중보건 부담 평가' 논문에 따르면 AI 데이터센터 전력 생산 과정에서 발생하는 대기오염으로 미국 내 공중보건 비용이 2030년 기준 연간 최대 200억달러(한화 약 26조원)에 이를 것으로 분석됐다. 특히 소득이 낮고 환경 부담이 높은 지역의 가구가 입는 건강 피해 비용은 부유한 지역보다 최대 200배 클 것으로 분석됐다.

김진유 경기대 도시교통공학과 교수는 "에너지와 물까지 지방에서 생산해 수도권을 계속 뒷받침하는 구조가 과연 바람직한지 의문"이라며 "전력을 수송하고 냉각수를 공급하는 과정 자체에서 상당한 비용이 발생한다. 이런 비용 구조는 AI 산업 발전 측면에서도 결코 효율적이지 않다"고 지적했다.

해외에서는 이미 AI 데이터센터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미국 정보 분석 플랫폼 '히트맵'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에서는 최소 25개의 데이터센터 건설이 취소된 것으로 나타났다. 전기요금 상승과 생활 환경 저해 등을 이유로 주민 반발이 확산된 것이다. 미국 유색인종 민권 운동 단체인 NAACP도 지난달 "AI 데이터센터가 흑인·유색인종·저소득 커뮤니티 인근에 집중적으로 들어오면서 물 오염, 대기오염, 소음, 전력망 부담을 불균형적으로 전가하고 있다"며 "장기적인 환경·건강 비용은 지역 주민에게 남는 구조적 불균형이 확인됐다"고 꼬집었다.

고준호 한양대 도시공학과 교수는 "수도권의 물과 전기가 부족해 수도권 AI 데이터센터에 들어가는 자원을 지방에서 끌어다 쓰는 것은 어쩔 수 없다. 다만 지방에서는 수도권을 위해 지방이 희생해야 한다는 불만이 나올 수가 있다"며 "사용하는 전기와 물에 대한 비용 일부를 지역 사회 발전 기금으로 할애하는 정책 등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최민준 기자
김홍찬 기자
김태훈 기자
조해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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